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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린의 일상/집기린

세입자

by 안기린_ 2022.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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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 아파트에는 세입자 한 분이 살고 계셨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전세 계약을 하자마자 집주인을 집을 내놓았고, 이제 집주인이 바뀐 상황이다.
전세계약일까지 많이 남았기 때문에 내가 실입주를 한다고 할 경우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불가능하다.
세입자는 전세를 한 번도 연장하지 못하고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도 서울에서 밀려 용인으로 가게 된 거지만, 사실 그 근처에는 내가 산 아파트보다 더 싼 아파트는 없었다.
이 아파트만 하더라도, 7~8개월만에 전세금이 5천만원이나 상승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거나, 월세를 내거나 혹은 다른 지역으로 가야 했다.

집주인이 나에게 처음 통보했을 때가 떠올랐다.
참으로 암담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을 벌었는 데, 살 곳 하나 없었다.
집을 사서 부자가 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출퇴근이 가능한 곳이면 되었다.
아마 세입자분도 계속 해서 그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집주인이 바뀌지 않길. 바뀌더라도 실거주가 아니길.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느낌이라 불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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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연락을 해야했다.
집을 보지 않고 매수했기 때문에, 집을 봐야했고, 세입자분께 실거주할 것이라고 알려야 했다.
컴퓨터를 켜고 메모장에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까?
'안녕하세요. 집주인입니다' 라고 글을 썼지만, 집주인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색했다.
듣는 사람도 어쩌면 불편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메모장에 인삿말만 썼다 지웠다 한시간 넘게 반복했다.
결국 "안녕하세요 안기린입니다" 로 시작해서 감사의 인사부터 보냈다.

결국 집 구경을 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한참 후, 집을 치워야 한다며, 시간을 달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 편하게 보여주셔도 된다고 했다. 집 상태만 보는 거라고.
그리고 몇 주 후 다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내가 산 집을 보러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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