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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린의 일상/집기린

아파트 계약

by 안기린_ 2022.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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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바쁘고 긴 한 주였다.
한 아파트에서만 열 몇채의 집을 보고 내 전재산과 다름없는 돈으로 집을 사겠다고 했지만, 사지 못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보다는 아쉬움이 컸고, 내 앞날이 막막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내가 힘들고 갈팡질팡할 때, 강토끼가 열심히 부동산을 뒤져 결국 가계약금을 넣고 계약을 하게 되었다.
계약일은 토요일. 남은 3일마저도 나는 마음 편히 쉴 수 없었다.

우선, 계약금은 신용대출로 내기로 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순 있었지만, 신용대출의 이자가 훨씬 낮았다.
게다가, 예금담보대출은 내 예금만큼 대출해주는 게 아니기 때문, 신용대출로 내가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는 게 더 유리했다.
대출의 세계도 내가 겪지 못한 세계였다.
주거래은행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농협의 한 지점은 대출을 아예 안해준다고 한다. 대출쪽 번호표를 뽑자마자, 창구에 있던 직원분이 우리는 대출안해요 라고 큰 소리를 치셨다. 아마 정부 규제 때문인가보다.
집 근처에 있는 은행을 5군데 정도 점심시간마다 다녀왔다. 거기다, 아는 사람을 통해 대출모집인을 통해서까지 금리를 찾아봤다.
은행을 갈 때마다 죄진 사람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쨋든 좋은 직원분을 만나 설명도 잘 듣고, 대출을 좋은 금리에 받을 수 있었다.

계약 당일, 부동산 사장님께 감사의 의미로 과일쥬스를 사갔다.
내가 대학원을 다니면서 배운 건, 어른들께는 드링크제를 사가야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여자라면, 미에로화이바, 남자라면 영비천.
시대가 변했는지, 편의점에 팔지 않아서 과일쥬스를 사갔다.
부동산 사장님도, 고생이 많았다.
매수자인 나는 갈팡질팡하고, 세입자는 방을 안 보여준다하고.
다시 나는 사진을 요구하고, 부동산 사장님은 세입자께 또 사진을 받아서 나에게 전달해주고.
거기다가 부동산 사장님덕분에 꽤나 낮은 가격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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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자님께서 오셨다. 생각보다 젊으신분이었다.
2년전에 3억 5천에 사서, 2년 살고 전세를 주고 파시는 거란다.
매매가격이 딱 지금 전세가격이다. 나는 존경의 눈빛으로 그 분을 바라봤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서에 대해서 사장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우리가 사진만 보고 산 다는 것도 명시해주셨다.
계약금을 입금하고 잔금일까지 결정하고 헤어졌다.
계약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나는 이 집이 반드시 필요했다. 더이상 갈 곳이 없었다.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올라간 것을 보고 매도자가 계약을 파기 하는 경우가 꽤나 자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도금 입금 이후에는 매도자는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잔금일 전에 중도금을 보내기로 했다.
중도금까지 1주일. 그 1주일동안 중도금 마련을 위해 결국 예금 몇개를 해지 했다.
이리 계산하고 저리 계산해도 예금담보대출보다 예금을 해지하는 게 더 나았다.
중도금을 입금한 날, 정말 어른이 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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