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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린의 일상/집기린

새로운 희망

by 안기린_ 2022.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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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이었다.
불과 몇 분 차이로 매물을 놓치고,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몇 백도 아니고 몇 천만원이 순식간에 올라가버렸다.
나는 투자를 할 것도 아니고, 당장 살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냥 가격이 떨어진다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지켜볼 수도 없었다.
내가 가진 돈으로 갈 곳이 없었다.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어디서 살 수 있을지였다.
서울에 올라와서 공부하고 일했지만, 내 눈 앞에 큰 옹벽이 나를 저지하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다른 후보도 있었다.
성남에 있는 2007년식 아파트를 보러 갈 수 있었지만, 도저히 힘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 미련이 많이 남았고, 그 미련을 떨쳐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성남에 있는 아파트는 분당선이라 출퇴근이 힘든 데, 가격도 더 비쌌다.
내가 몇 번의 기회를 놓쳐서인지 용인 아파트를 더 사고 싶어졌다.

이제는 수리가 안된 집을 6억 5천에 사야했다.
수리가 된 집은 6억 4천에서 6억 7천이 되어있었다.
조금 깎아달라고 하면 어떨까?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그런게 될 리가 없었다.
수리가 안된 집을 6억 5천에 사서 수리를 했다 치고 만족스럽게 살면 어떨까?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를만큼 희망회로에 가까웠다.

나는 너무 힘들었다.
강토끼는 나를 대신 해 용인 아파트 주변에 있는 많은 부동산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전화하는 걸 잘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 특히 강토끼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해당 지역 부동산들은 매물을 서로 공유하지만, 좋은 물건의 경우에는 공유하지 않는 물건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부동산에서 자기들만 가지고 있는 물건을 강토끼는 찾아왔다.
수리가 안 된 집이지만, 5백만원이 싼 6억 4천 5백짜리 집. 좋은 물건이지만, 지난 주의 가격을 본 나에게는 여전히 비싸보였다.
수리가 되었지만, 우리가 놓친 집에 비해선 수리가 덜 된집은 6억 6천. 역시 비쌌고, 수리를 해야한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세낀 집도 있었다. 세입자가 살고 있는 상태에서 파는 집인데, 현재 세입자는 2억 5천의 전세로 살고 있었다.

이런 집은 세입자 전세가 만료가 되어야 내가 입주가 가능하다.
아파트 가격이 6억 5천이라면, 전세금을 제외한 4억만 내면 당장 매매가 가능하고 세입자가 전세만료가 될 때, 내가 전세보증금을 지물하면 된다. 다만, 매매자금 4억원에 대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비쌀 수록 매매에 필요한 자금이 적어지므로, 집을 팔기 좋아진다.
이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빌라에도 같은 문제가 있다. 내 보증금이 집 값에 비해 싸기 때문에 집주인은 나를 내보내려는 것이다.
전세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집은 2년 전 전세 가격을 살고 있기 때문에 전세금이 적다.
반대로 전세금이 많은 집은 전세계약을 한 지 얼마 안 된집이므로, 전세만료가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살 집이 필요한 나같은 매수인은 이런 집을 살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이런 집은 싸더라도 거래가 되기 쉽지 않고, 매도자는 싸게 내놓으면서도 가격협상의 여지를 열어둔다.

강토끼가 찾아 온 물건은 1년반전쯤 2억 5천에 전세 계약을 한 집이었고, 몇 개월만 있으면, 입주 가능한 집이었다.
하지만, 필요자금 4억원을 주택담보대출없이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나는 이 세낀 집을 살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강토끼는 다른 부동산에서 세낀 물건 하나를 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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