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5월 어느날, 연락없던 집주인께서 연락을 주셨다.
7년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월세를 올리겠거니 했다.
하지만, 집주인께서는 집을 팔기로 하셨다고 했다.
집을 팔기 위해선 낮은 내 보증금은 집 매매에 좋지 않으므로, 내가 이사 가기를 원하셨다.

나는 7년동안 이 집에서 잘 살아왔다.
좋은 집주인을 만난 덕에 싼 보증금과 싼 월세로 주거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
매 해 돈을 모으며, 언젠가는 아파트 전세로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파트 전세를 가고 나서는 언젠가는 아파트를 살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돈을 모으는 속도보다 아파트 가격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10년 넘게 일하면서 모은 내 전재산은 꽤 되는 편이었다.
남들보다 더 아끼며 열심히 모았다. 중간에 주식도 하고 경제공부도 했다.

당장 그럴 듯한 아파트를 사진 못하더라도 내가 가진돈이라면,
지금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보다 더 나은 집에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몇 번의 검색을 하면서 처절하게 부숴졌다.
내가 가진 주식을 다 팔고 예금을 다 깨야 지금 살고 있는 빌다 정도의 전세에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집에 이사오고 7년을 열심히 일했는 데, 주거환경에는 아무런 발전이 없는 것이었다.

서울외곽으로 눈을 돌려봐도 출퇴근 가능한 거리에 있는 집들도 모두 전세는 비쌌다.
사실상 전세를 위해서도 대출을 해야할 판이었다.
내 전 재산을 전세에 넣는 것뿐만 아니라 대출까지 해야 내 한 몸 누울 곳을 구할 수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누군가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고 했다.
현실은 내가 살 곳 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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